엄마영어 아이영어

엄마영어 아이영어

TheNextDoor 2018. 4. 3. 13:14

저는 이민 준비를 하며 작년 여름부터 딸아이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쳐왔습니다. 영어학원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직장생활을 하느라 낮시간 아이 교육을 학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1학년 때부터 그냥 계속 보냈더랬습니다. 빠듯한 맞벌이 생활에서 원어민 개인지도 등을 붙이는 주변을 보면 부럽기도 했지만 그림의 떡이었지요. 하지만 주변에서 하고 있는 원어민 개인지도란 것도 고작 1주일에 한번 정도 토요일 2시간 수업 정도였기에 꼭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이 경기도이다보니 원어민 영어 선생님이 주변에 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학원. 효과가 있는 거 맞아?

영어 학원에 대한 불만이란 것은 대략 3학년 이후부터 갖게 된 것이었는데요, 어학원을 몇 년씩 다녔는데 어떻게 간단한 안부를 묻는 대화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인지!!! 원어민 선생님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학원의 교육이라는 것이 교재 위주의 문제 풀이가 주된 방식이다 보니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어학원 문턱이 닳게 드나든지 3년차였던 3학년 가을에 캐나다 영주권 카드 발급 때문에 임시랜딩을 갔었는데, 토론토 외곽의 오로라 지역에 살고 있던 지인을 방문했을 때 아이가 동네 백인, 흑인 아이들과 놀겠다며 제 손을 잡아 끌고 나섰지만 막상 그 아이들과 대화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회의감이 들었던 것은 문제 풀이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학원 교육이 문제 풀이 위주라면 적어도 그럼 영어로 씌여진 문제 정도는 스스로 읽고 무얼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항상 선생님에게 의지해서 선생님이 시키는 것을 단순히 반복하는 구조여서 그런지(학습지의 경우도 몇 번 하다 보면 아이들이 학습을 한다기 보단 반복된 패턴을 알아내 정답 써넣기 게임을 하는 식이 되어 왜 그 답을 쓰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죠) 모든 단원에 매번 나오는 문제조차 스스로 읽고 문제의 뜻을 알지 못하더군요. “아래 문장을 읽고 ~ 하시오.” 라는 패턴의 문제에서는 심지어 문장(sentence)” 이라는 단어조차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더라고요. 아이고오


어학원을 쉬어 볼까?

처음에 어학원을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이가 어학원에 다니느라 학원 차를 기다리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하루에 거의 3시간을 쓰게 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3시간을 영어학원에 쓰고 나면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그림 그리기, 동영상 만드는 것들은 도저히 할 시간이 나질 않았지요. 그래서 방학 중 가고 싶어하는 미술학원도 다니고, 잠깐 쉬자 하고 그만두었는데요, 그러는 동안 제가 직접 미드를 편집해 아이 스스로 하루 30~50분 가량 소화할 수 있는 공부 분량을 정해주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무렵 제가 [9등급 꼴찌, 1년만에 통역사 된 비법]이란 책을 읽고 미드, 영화를 활용한 100LS 영어 학습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00LS란 L=Listening과 S=Speaking을 100번 한다는 것인데요, 한가지 영화를 100번 듣고 말로 따라한다는 것이죠.

https://blog.naver.com/sinjeongcc/221042362421


아이가 처음에는 흥미 있어 하다가 조금 지속하자 공부 시간은 적어도 공부의 강도는 학원에서 시간 때우기 식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거부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시간 활용에 대한 부분을 설득하기도 하고, 나태한 부분에 대해 야단치기도 하면서 진행 해 나갔습니다. 분량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수정해 나갔고요.

그러다 보니 어학원에 내는 돈도 아까워지더군요. 어학원 수강료라는 게 보통 일반 학원비의 2~3배 가량 되다 보니 만만치 않지요. 이런 비용 면을 생각해 엄마표 영어같은 저렴한 비용으로 엄마가 아이 영어 교육을 담당하는 프로그램도 많이들 하시는 것 같더군요. “엄마표 영어의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저는 다소의 이견을 가지고 있지만, 여튼 엄마가 꾸준히만 도와줄 수 있다면 어느 선에서 효과는 있겠지요. 저도 지속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는데요, 저의 경우는 어떤 면에서는 제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콘텐츠를 찾아주고 하는 입장이었던 것이 지속하게 되는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도 느꼈구요.


. 아이 영어가 달라지네.

아이도 3개월 이상 지속하다 보니 나름 적응을 해 나갔구요, 6개월 이상 해 온 지금 달라진 아이의 모습을 보면 제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딸아이의 변화 과정을 단편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유아기 (5~6)어린이집에서 ABCD.. apple..이런정도 배우고 있을 무렵이죠.

TV에서 영어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스스로 영어를 좔좔좔 하는 아이를 보고 디즈니 라이온킹 1편을 영어판으로 보여주자, 우리 딸래매 왕짜증..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기 시작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에 노출되는 것이 짜증스럽구나.. 깨달았습니다. 차라리 한국어를 잘 못하는 더 어린 나이였다면 나았겠다 싶었네요. 영어를 듣든, 한국어를 듣든 어차피 이해에 도움이 되는 건 그림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어에 나름 체계가 선 후에는 모르는 말을 계속 듣고 있어야 하는 게 거부감이 심한 것 같더라구요.. 포기..




>> 초등 저학년 (2학년 무렵)어학원을 1년 이상 다니고 있었을 무렵입니다.

다시 라이온킹에 도전. 영어를 좀 배워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어서인지 가끔 아는 단어가 들리면 반가워하면서 보더군요. “엄마! 나 저거 알아!” 물론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줄줄 꿰고 있었죠.


>> 초등 저학년 (3학년 가을) - 어학원 짠빱 3년차

임시 랜딩을 위해 토론토 방문. 오로라라는 동네에 지인이 있어 들렀다 동네 아니들을 보고 같이 놀겠다며 제 손을 끌고 나가더니 간단한 의사소통도 못하더군요... 어학원의 원어민 선생님은 무슨 소용?


>> 초등 고학년 (4학년 여름방학)어학원을 다닌 지 어언 4년차.

또다시 라이온 킹 1편으로 100LS 첫 도전! 우와!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는데! 시켜보니 장난 아니게 잘 합니다. 심지어 그렇게 빠른 앵무새 시종장 자주의 대사까지 좔좔좔! 허얼! 대박! 얘 시키면 되겠는데? 이후 책을 정독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아니라는 저자의 충고대로 미드로 옮겨갔습니다. (하지만 나중 생각에 아이들의 경우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드라마의 배우들보단 애니메이션의 성우들이 발음이 정확하거든요. 애니메이션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판타지물이 많아 실생활에서 쓰는 어휘가 별로 없다는 것인데요, 그래도 아이들이 진입하기엔 드라마나 영화보단 난이도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요.)


(이노무 딸래미... 대사 따라하라니까 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_-...)


>> 초등 고학년 (5학년 1학기) – 100LS 응용 한지 어언 반년..이 좀 넘어가네요.

한국말로 대화 중에도 상황에 맞으면 외웠던 미드 대사가 툭툭 튀어나옵니다. 사춘기에 접어드니 나름 외모에 신경 쓰는지 옷을 차려 입고 “How do I look?”하고 묻기도 하고요, 그래 놓고 본인이 스스로 잘 응용하지 않았냐며 자화자찬~. 얼마든지 하렴~! 몇 주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해리포터]. 용이 나오는 시리즈였는데요~ (해리포터에 관심 없는 1 ^^;) 딸래미가 전보다 훨씬 많이 알아듣겠다며 쉬운 대사들은 바로 바로 따라 하더군요. 지금은 미드 100LS 응용과 더불어 유투브를 통해 좀 수준이 낮은 유치부 프로그램 Sid The Science Kid 한글 자막 없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학습 컨텐츠 특성상 주제가 계속 분야별로 바뀌니까 다양한 어휘 향상에 좋을 것 같더라구요. 한글 자막 없이도 큰 무리 없이 보고 있어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저에게 물어보고는 대략 내용을 파악하는 것 같더라구요. 신기한 것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똑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보며 대사들을 따라 하고 있더군요. 한 에피소드를 서너 번 이상 보았으면 다른 것을 보아도 된다고 했는데 말이에요. 호주 시드니 사시는 교민 분이 아드님이 7살 때 시드니 처음 와서 영어를 잘 못했을 때 집에서 TV보면서 나오는 말들을 줄줄 따라 했었다고 하는데요, 이 이아도 그걸 하나 봐요!

! 학교 영어는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교과서는 표지만 봤네요. 어학원 짠빱+100LS를 하니 아이 스스로도 학교 영어시험은 너무 쉽다고 해요. 100점이거나 실수하면 하나 정도 틀리는? 그래서 언제 시험 보는지도 잘 몰라요. 영어 교육 시키시는 엄마들 대부분 학교 영어가 목표는 아니니까 비슷한 상황이신 분들 많죠?

 

물론 직장생활과 집안일을 병행하며 영어까지 봐 주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엔 아이가 버거워 해서 쉬어갈 겸 주 5일 중에 3-4일만 100LS를 하고, 나머지 1~2일은 어학원에서 하다 만 교재 진도나, Grammar in Use Basic같은 쉬운 교재를 하기도 했지요. 회화 실력을 늘리는데엔 크게 쓸모는 없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아이는 교재 수업을 좋아했어요. 왜냐하면 공부하는 동안 본인이 크게 애 쓰고, 집중할 것 없이 어학원에서 시간 때우는 식으로 하는 게 가능했고, 100LS보다 영어 공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쉬웠으니까요!

지금은 교재 수업은 일단 하지 않고 있어요. 대신 캐나다 현지 적응을 위해 듣기, 말하기 위주로 하고 있고요, 학년이 올라가면 리딩, 라이팅도 신경 써 주어야 한다고 하니 또 새로운 컨텐츠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엄마 영어 노하우

다음 포스팅부터는 아이 영어를 위한 100LS 응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 공유하려고 해요. 어학원 영어교육에 회의를 가지고 계신 엄마라면. 그리고 만만치 않은 어학원 비용을 열정 페이로 대신하고 싶으신 엄마라면 따라 하실 수 있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가실 수 있도록요. 그리고 또하나. 

만약 저 처럼 이민을 준비하고 계시거나, 해외 취업을 준비하시거나, 이미 현지에 랜딩하셨는데 언어 문제로 고전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도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책에 나온 100LS를 따라하다 영화 20분 분량 즈음에서 멈춘채로 몇달째... 포스팅을 하며 뒤늦게 딸아이에게 했던 방식으로 저도 다시 공부를 시작해 보려고 해요. 


우리 모두 화이팅!